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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불공정한 연예인 전속계약 문제 해결을 위해 대중문화개혁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예인 전속계약서 불공정조항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문화연대의 입장
문화정책센터   culture@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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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불공정한 연예인 전속계약 문제 해결을 위해 대중문화개혁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예인 전속계약서 불공정조항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문화연대의 입장


지난 6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연예기획사 전속계약서의 불공정 조항 실태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표적인 불공정 조항으로 연예인소재 상시통보 등 과도한 사생활 침해, 소속사 허락 없는 활동중지 ․ 은퇴금지 조항, 소속사의 홍보활동시 강제 ․ 무상출연 조항 등을 꼽았다. 이 밖에도 신체사이즈 유지의무 부과, 연예활동의 내용 및 제3자와의 계약체결 등과 관련하여 기획사의 일방적인 지시를 따르게 하는 조항, 기획사가 연예인의 동의 없이 계약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양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전속계약 종료 이후까지 모든 채무를 연예인이 승계하도록 하는 조항 등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쯤 되면 노예계약이란 표현을 단순한 비유라고 보기 힘들 정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57개 중소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 291명의 전속계약서의 불공정 조항을 자진 시정하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연예인 불공정 계약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사실 지금 문제시 되고 있는 불공정 계약의 사례들은 그간 한국 연예산업의 잘못된 관행들이 계약서란 형식을 통해 명시화 된 것이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불공정한 전속계약 문제는 단순한 계약서상의 특정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상위 10대 연예기획사가 전체 시장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소수의 대형 기획사에 의한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연예산업의 근본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대형 스타와 기획사를 위해 수많은 소속 연예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한국 연예산업의 먹이사슬은 연예기획사가 당당히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상한가를 치고 있는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문화연대는 불공정한 전속계약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의 내용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첫째, 한국의 연예산업 전반을 쥐고 흔드는 대형기획사들에 대한 제도적인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 동방신기 사태로 전속 계약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유지될 수 있었던 데는 이들 대형기획사들의 암묵적인 합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제도적인 감시와 규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연예인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이른바 ‘대중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채택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대중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대중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의 경우 공정위와 기획사측, 연예인 대표들이 함께 논의하여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연예제작자협회 ․ 연예매니지머트협회 등이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재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검토와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이와 같은 표준계약서의 내용이 현장에서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도 필요할 것이다.

둘째, 연예산업 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연예산업은 대형기획사가 매니지먼트, 제작, 유통, 부가사업 등 거의 전 영역의 사업들에 손을 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예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를 철저히 분리하고 연예인은 공급자, 에이전시는 중개자, 매니저는 관리자로서의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 연예인과 에이전시, 매니저는 개별 영역의 활동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공정한 계약관계 하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는 기획사가 연예인 발굴에서부터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 업무를 모두 담당하면서 이른바 연예인을 키우기 위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또 다른 연예인에 투입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 물론 어떠한 시스템이 한국 연예산업에 적절한 시스템인가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한국 연예산업 시스템 하에서 불공정 노예 계약의 관행이 사라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공정한 전속계약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연습생제도가 사라져야 한다.
연예계 특히 가요계에서 불공정한 계약이 관행화 한 데는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연습생제도’가 기여한 바가 크다. 일부에서는 연습생제도가 이른바 준비된 연예인을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성공한 아이돌 스타로 연습생제도의 문제를 덮으려는 것에 지나지 않다. 빠르게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연예인지망생들은 지속적인 인권침해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기획사와 연예인지망생들 간의 권력관계는 바로 불공정한 계약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지망생 시절, 데뷔를 위해선 불공정한 13년 장기 계약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는 동방신기의 이야기는 이러한 문제를 잘 드러내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불공정한 전속계약 문제의 해결은 근본적으론 한국의 문화산업, 대중문화의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중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자본 중심의 문화시장 재편이 가속화 되는 한 대중예술가로서 연예인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청소년 시기 대부분을 연습생으로 보내고 데뷔 후 몇 년간의 활동으로 자신들의 미래가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설사 기획사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이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연예기획사들이 ‘대중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믿지 않기를 바란다.


2010년 6월 25일
문화연대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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