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혼자 살면 '자취생'으로 살라고요, 평생?"
대선, 삐딱하게 읽기 <8>'주거권'을 말하는 후보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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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
2007년 대선을 맞아 <프레시안>은 기존 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연재를 마련했다. 여론조사의 통계 수치로만 존재했던 20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독자에게 들려주기로 한 것. 그간 정치 평론을 독점해 온 40대 이상과는 다른 위치에서 정치 현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새로운' 시각이 오는 대선을 둘러싼 얘깃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리라고 본다.

이번 글에서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인 미류 씨가 '주거권'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사회에서 집은 '사는 곳'이면서 동시에 '사는 것', 즉 투자의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그러다보니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앞다퉈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정책은 정작 '사는 곳'의 문제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전체 가구의 20%를 차지하지만 소위 '가족'을 이루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시적인, 내지는 불완전한 '가구'로 인식되는 '1인 가구'의 '집' 문제는 더욱 그렇다. 이들은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노인이든 상관없이 '자취'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의 주거권을 말할 수 있는 대선, 대선 후보를 기대하기는 아직은 너무 이른걸까. <편집자>


서른 살을 조금 넘긴 나이에, 별로 결혼할 생각 없고 적정 생계비만큼의 소득을 벌지도 못하는 나. 어머니는 늘 팔 걷어붙이고 돈을 벌든지, 결혼을 하라는 핀잔을 준다. 이유는 하나다. "평생 집 걱정은 안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

어머니가 전세금을 마련해 구해준 집으로 들어갈 때마다, 잊고 싶은 '집' 걱정이 생긴다. 하지만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냐며 결연히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간다. 일단 잠은 편하게 자고 볼 일이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하지만 뭔가 알쏭달쏭하다. 돈 벌라는 말이야 그렇다 치고 도대체 결혼한다고 집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막상 친구들을 하나둘 떠올리다 보면, 정말 결혼한 애들이 (내)'집'에서 산다. 그러고 보니, 20대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집'이 없다.

직장 다니는 한 친구는 부모님이 얻어준 집에 살면서 '집'을 마련하기 위한 적금을 붓고 있다. 집에서 잠만 자니까 고시원도 살만 하다는 친구는 차마 '집'에서 사는 축에 못 끼워주겠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탈출을 꿈꾸는 친구도 '집'에서 사는 편으로 못 밀어 넣겠다. 친척 집이든 애인 집이든 얹혀사는 이들도 만나면 '집' 구해야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이명박, 자본주의도 코웃음 칠 그 센스 하고는…

마침 이명박이 30대를 겨냥한 상품을 하나 만들었다. '신혼부부 내 집 마련 지원 방안'이 그것이다. 이 정책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향후 노동력이 부족한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마련되었단다. 그래서 지원 대상은 신혼부부 세대 중 여성이 34세 미만인 주 출산 연령 세대로 한정된다.

이쯤 되면 결혼 상태에 따른 차별이라고 비판하기도 아깝다. 목적에 충실하고자 여성의 연령을 조건으로 다는 세심한 센스 하고는…. 아이를 많이 낳게 해서 호황을 구가해보려는 걸까? 촌스러운 이 발상은 그의 개발 정책에 스스로 말려 빛도 못 보고 사라질 수 있다.

차라리 '기업하기 어려우니' 집값을 낮춰야 한다고 말하는 문국현이 솔직하고 영민한 것이며, 그저 "토건사업자"에 맞서는 사명만 부르짖는 이회창이 본능적으로라도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게다. 너무 많은 돈이 건설자본이나 토지·부동산에 몰리는 것을 막는 것은 '건전한' 시장주의자들의 과제기 때문이다. 그들이 개발 자체가 불러오는 파국적 결과까지 헤아릴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살만한 집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주거정책의 목표라고 말하는 게 그리도 어려울까. 그나마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나 한국사회당 금민 후보는 주거정책의 목표가 주거권 실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시대에, 집 없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인 것이 문제"라고 말하는 민주노동당과, "내 집을 갖지 못하더라도 임대료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한국사회당의 정책은 둘 사이에서도 차별성을 띠고 있다. 민노당이 내건 "5000만 원 이상 전월세방에 사는 약 100만 가구가 임기 내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보다는 사회당 측의 '내 집 마련 신화'를 거부하는 노력이 지금은 더 의미 있다. 정책수단이야 어차피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결혼 안 한 내가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

하지만 공약으로서의 가치나 실현가능성을 제쳐두면, 나는 '신혼부부 내 집 마련 지원방안'에 가장 큰 점수를 주려고 한다. 내 차례가 보이기 때문이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신혼부부에게 먼저 주겠다는 발상 따위를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자취하는 학생과 집을 나온 청소년들, 직장 근처에 방을 얻어 혼자 사는 사람들, 가족이 싫어 집을 나온 사람들보다 신혼부부가 우선순위에 놓여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혼부부를 위한 지원방안이 정책화될 때 나에게는 할 말이 생긴다. 결혼 안한 나에게도 집을 달라고. 결혼한 스물 두 살의 친구가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에 입주할 때 결혼하지 않은 20대의 주거권과 독립이 드디어 도마에 오를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시대'라는 말로 시작하는 정책은 전체 가구의 20%를 배제한다. 주택보급률에는 1인가구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1인가구를 포함할 경우 주택보급률은 80%로 내려온다. 이 오차는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의 임대물량, 고시원과 같은 곳에서 상쇄된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안 된다고 그만큼의 사람들이 모두 거리에서 잠을 자지는 않는다. 어느 지붕 밑에선가 잠을 잔다. 모든 사람이 살만한 집에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집에 사는 어떤 사람들에게 먼저 사회적 의무를 다할 것인가가 주거정책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만 있고 주거권은 없는 대한민국 '집 문제'

집 문제가 쉬운 게 아니라고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정말 어렵더라. 집 구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내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다. 모두들 부동산 문제만 얘기하고 주거권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 또래의 사람들은 부동산·주거정책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문제가 아니라 싼 집이 없는 것이 문제다. 아직 한국사회는 누구에게 싼 집이 필요한 지, 어떻게 싼 집을 공급할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묻지 않았다. 무늬만 사회주택인 공공임대아파트는 가난해서 싼 집을 찾고 싼 집이 없어서 가난해진 1000만 명의 사람들이 기다릴 동아줄이 못된다. 40만 호나 될까 한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차례를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들더러 '자취한다'고 한다. '손수 밥을 지어먹으면서 생활'하는 것이 자취라지만 혼자 사는 할머니, 결혼한 20대 부부에게 자취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20~30대의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것을 '독립'으로 인정하지도 못하고 틈새시장에 꼭꼭 밀어두기만 하는 게 한국사회다.

당장 집 한 채 내어놓으라는 투정도 부려볼 만하다만 일단 내 차례가 어디쯤이고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만 알아도 어딘가. 그 정도를 말하는 대선이라면 2년마다 이사 다니지 않을 날도 올 거라는, 주거비가 내 소득의 허리를 꺾는 것도 오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은 가져볼 수 있다. 영원히 자취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할 20대에게 사회주택의 차례를 말하는 대통령 후보가 있다면 한 표 던지는 마음이 얼마나 기꺼울까.
출처: 프레시안 2007-12-12
2007년12월31일 14: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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