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발로 이해한 지역 사회 주거의 현실과 대안
성북 주거복지실태조사 발표회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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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지금 성북구는 개발 열풍에 휩싸여 있다. 곳곳에 개발 추진을 기뻐하는 현수막들이 휘날리고 관련 일정을 알리는 전단지들이 붙어있다. 서울에서 추진키로 계획된 재개발의 1/6이 성북구에 몰려있다고 하니 구 전체를 개발사업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것.(*)

(*)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개발 구역이 총 421개, 이 중 74개 구역이 성북구에서 추진된다. 이는 전체의 17.6%로 서울의 자치구가 25개임을 생각할 때 상당한 비율임을 알 수 있다. 미시행 구역만을 따졌을 경우, 서울 전체 미시행 구역 52개 중에 36개가 성북구에 있으며, 그 비율은 69.2%로 매우 높다. 이는 성북구에서 대대적인 개발이 계속적으로 진행될 것을 보여준다.

이에 11월 29일 성북 지역단체들이 <성북의 가난한 이웃과 집>이란 제목으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주거실태조사 및 생태적 맵핑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발로 뛰며 눈으로 확인하고 생생하게 귀로 들은 지역의 모습과 지역주민들의 상황을 전달하는 자리. 개발의 목적이 주거취약계층에게 적절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 하나 이는 명분일 뿐, 실제로 수익성에 맞춰 결정되는 개발임을 떠올려볼 때 가장 우선해야 하는 원칙을 상기하게 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11월 29일 열린 성북주거복지실태조사 발표회


온 몸으로 마주한 지역실태조사와 생태적 맵핑

조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현재의 주거환경을 체크하고, 개발 사업 관련 정보를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나아가 개발 기간 및 완료 후의 주거 계획을 확인하는 실태조사가 지역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동안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있었지만 소극적으로 이루어졌고 결과에 대한 대응도 매우 미비했다. 실태조사 결과, 성북 지역단체가 만난 가구의 절반 이상이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고, 개발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세입자들의 경우 매우 제한적이었다. 또한 개발 후에 올라갈 집값에 대한 부담으로 적지 않은 이들이 개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발에 반대하거나, 개발 후에 재정착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실태조사와 함께 개발지역에 대한 맵핑이 이루어졌다. 건물노후도, 공공시설 및 대중교통 등의 생활여건을 직접 다니면서 체크한 것. 구역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주민들의 삶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것을 결과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맵핑 결과물로 제작된 DVD에는 개발 구역들의 상황 뿐 아니라 개발을 기대하고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꼼꼼하게 담겨져 있었다. 개발 추진시 지자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조사 결과가 단지 숫자로 정리된 통계였다는 점을 떠올려볼 때 성북 지역단체들의 생태적 맵핑은 지역주민들의 삶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준다.

삼선4구역의 경우 개발 구역 일부가 공원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라 이미 건물 철거가 이루어져 건물 잔해들이 가득 쌓여있는 상황, 그러나 황량한 동네의 일부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즉각적인 대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계획이 수립되고 착공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되는 것이 이 지역의 현실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장위10구역의 경우, 대중교통여건도 좋고 무엇보다도 바로 옆 장위 시장을 생계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이 많아 일부 낙후된 건물 및 도로만 개선된다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 구역에 포함되기에 이 바람들이 무시된 채 그저 모든 것이 부서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지역의 현실이었다. 이렇게 각 구역의 상황이나 주민들의 여건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개발이 예정 ·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선 4구역의 살아있는 집들. 주위는 모두 철거되어 유령 같은 골목길과 건물의 잔해들이 가득하다.


지역 특성 고려, 주민 의견 반영된 다양한 개발 이루어져야

성북 지역단체들이 진행한 주거실태조사와 지역 맵핑의 결과는 지금까지의 개발방식 및 결과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개발로 인해 살기 좋은 동네는 만들어지지만 정작 주거취약계층이 살 수 있는 동네는 사라지는 것.

전면철거방식을 취하는 지금의 개발. 그 과정과 결과에 지역별 특성과 주민들의 여건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개발이 어떤 점에서는 필요하고 어떤 점에서는 불필요한지, 활용할 수 있는 자원 및 보존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고, 지역 전체를 통째로 쓸어버린 후 아파트 대단지를 들여놓아 기존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개발의 과정이자 결과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지역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라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어 왔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자신들이 누려야 할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였고,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역을 경제적인 이유로 등 돌려야 했다. 개발 지역에 살았던 세입자들의 비율과는 상관없이 공공임대아파트를 일정 비율 이상으로만 공급하면 되는 지금의 방식은 결국 개발의 목적이 수익성에 있음을. 결코 주거취약계층에 적절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오후가 되면 아이들과 노인들로 북적대는 장위 10구역의 놀이터. 여기에 아파트를 세워 올리겠다는 것이 개발인가.


주민 속으로 파고들어 함께 호흡하는 기회로

개발에 있어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게 했다는 점에서 성북 지역단체가 진행한 주거실태조사와 맵핑의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보 및 주거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 무엇보다도 지역 차원으로 범주를 좁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개발의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마주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조사를 통해 개발의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났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제시는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거취약계층의 적절한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은 것.

이번 조사는 지역단체들이 지역 주민들 속으로 파고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주민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면 앞으로의 과제 역시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아가 성북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주민들의 문제를 지역단체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인권오름 제 82 호
2007년12월31일 14: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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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복덕방 독자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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