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세입자의 더듬더듬 권리 찾기④
“남의 눈치 안 보고 사니 월매나 좋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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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숙
“남의 눈치 안 보고 사니 월매나 좋드냐!”

얼마 전 시골집에 내려갔을 때 잠자리에서 엄마에게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졸음기 가득했던 엄마 눈이 반짝거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신 엄마는 실감 나는 몸짓과 표정을 곁들여 살아오신 과정을 연대별로 드라마틱하게 들려주셨다. 눈물을 글썽이다가 일곱 살 조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기도 하면서 얘기를 이어가셨다. 혼자 큰소리로 웃으실 땐 좀 난처하기도 했다. 연극배우 했어도 참 잘하셨을 텐데.--;;


첫 집에 관한 기억

처음 우리 집 샀을 때를 떠올리는 어머니 얼굴은 발그레했다. 그때의 기쁨과 흥분, 떨림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알고 있다. 다 기울어져 가는 초라한 시멘트집이지만 어머니가 지금 고향집을 장만한 당신 자신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시는지. 시골엔 버려진 집이 많았지만 그런 집을 살 수 없을 만큼 가난할 때였다. 시골에서도 셋방으로 떠돌았으니.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마을 꼭대기 산 밑의 집을 샀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할머니가 혼자 사시던 단칸방이었는데, 공장에 다니시던 어머니는 주말마다 나를 데리고 그 집을 수리하러 가셨더랬다. 집 옆이 공동묘지였기 때문에 난 그 집이 싫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3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늦게 돌아올 테고 교회도 다녀야 하는데, 밤마다 칠흑의 어둠 속에서 허연 망부석‘들’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 생각만 해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건 주님의 은혜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되었다. 당연히 나는 어머니를 돕는 데 ‘비협조적’이었고, 툴툴대는 그런 나를 어머니는 야속한 눈빛으로 바라보셨다. 어머니에게 그 집이 얼마나 절실하고 소중한 것이었는지는 서울에서 이집저집 전전하면서야 알았다. 주인집에서 창문을 열어놓으라거나 현관문을 살살 닫으라거나 하는 잔소리(?)를 할 때마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사니께 월매나 좋더냐”던 어머니 말씀이 들려왔다.


‘내 집’의 꿈 임대아파트가 대안?

물론 훗날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걸 염두에 둔 건 주인집 눈치 보기가 지겨워서기도 하지만, 잦은 이사만큼이나 나날이 오르는 전셋값이 무엇보다 부담스러워서였다. 그러니까 내 집을 갖겠다는 것보다 눈치 덜 보고 좀더 싸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이다. 사실 시골로 내려가면 모를까 서울에서 내 집을 장만하겠다고 꿈꾼 적은 없다. 집을 소유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에 회의하는 ‘기특한’ 생각을 해선 아니었고, 집을 살 만큼 돈을 벌 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렇더라도 내 집을 갖고자 한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이라고는 생각했었다. 어쨌든 임대아파트는 전월세도 그렇고 아파트 값이 시중보다 더 싸다니까.
임대아파트는 공공건설임대아파트와 국민임대아파트 두 종류다. 공공건설이냐 국민이냐는 살다가 분양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라진다. 국민은 30년간 임대만 할 수 있고 분양받을 수 없는 반면, 공공건설은 5년이든 10년이든 정해진 기간만큼 살다가 분양받을 수 있다.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청약저축통장은 필수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려면 기본적으로 집이 없고, 청약저축통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민임대아파트는 공공건설임대아파트보다 임대 기간이 기니, 당연히 입주 조건이 까다롭다. 그 조건이란, 입주자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좀더 깐깐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천2백만 원이 넘는 자동차나 5천만 원 이상의 땅뙈기를 소유했다면 국민임대아파트엔 들어갈 수 없다.
입주자의 재산 상태 체크는 입주 후에도 계속된다. 임대아파트에 들어갔다고 해서 주야장청 임대 기간만큼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세 계약처럼 2년마다 다시 계약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입주자의 벌이를 다시 점검한다. 물론 다른 조건은 안 본다는 말이 아니다. 눈에 쌍심지 켜고 들여다보는 게 그거란 거다. 그러니 돈 좀 벌었다 싶으면 재계약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
청약통장에는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세 종류가 있다. 청약통장은 집 없는 사람들이 자기 집을 장만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므로 집이 없는 사람만 만들 수 있고, 한 사람이 여러 집을 독식하는 것을 막으려니 자연히 세 통장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와 처지가 비슷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청약저축통장을 만들라! 어느 날 돈벼락을 맞아 ‘얘~미안’ 같은 민영 아파트에 들어가게 될 때도 쓸모 있는 통장이니까 말이다. 청약예금과 부금은 단순히 말해 민영 아파트 입주가 목표인데, 청약예금은 중대형 아파트, 청약부금은 소형이다. 그런데 청약저축통장을 가진 사람은 민영 아파트에 입주할 기회가 있지만, 청약예금과 부금 통장을 가진 사람은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다.

청약예금과 청약부금 통장은 어느 은행에서나 만들 수 있지만, 청약저축통장은 국민은행, 농협중앙회(단위농협에선 안 됨), 우리은행에서만 만들 수 있다. 국민임대아파트에서 살다 여차저차해서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나오게 되었더라도 청약저축통장은 계속 쓸 수 있다. 하지만 공공건설임대아파트에서 살다 나온 경우는 청약저축통장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임대아파트 정보는 주공, SH 홈피에서

청약저축통장을 만들어 매월 2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 돈을 꼬박꼬박 24개월 이상 부으면 입주 자격이 1순위다. 그러나 1순위가 되었더라도 돈은 계속 붓는 게 좋다. 1순위끼리 경쟁할 경우 돈을 많이 넣어 놓은 쪽이 당첨될 확률이 더 높으니까. 그리고 납입일은 웬만하면 지켜야 한다. 납입일보다 미리 내는 것은 괜찮지만 늦게 내면 돈은 돈대로 넣고도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1순위인 청약저축통장을 갖고 있고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생각이 있다면, 대한주택공사(www.jugong.co.kr)나 지방 도시개발공사(서울은 SH공사 www.shville.co.kr) 홈페이지를 부지런히 드나드시길. 임대아파트는 대한주택공사와 지방 도시개발공사가 주로 짓는데, 국민임대아파트는 대부분 대한주택공사에서 짓는다. 자신의 처지에 맞는 아파트를 생각해 두고 두 곳을 참고하면, 새 임대아파트뿐만 아니라 기존 임대아파트의 빈 집 정보(‘예비입주자조회’ 메뉴를 보면 됨)도 얻을 수 있다. 공공건설임대아파트 입주 신청은 인터넷으로도 가능한데, 국민임대아파트는 제출할 서류가 많아 관련 공사를 방문해 접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ㅂ 이야기
ㅂ이 공공임대아파트에 들어간 건 3년 전.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지만 손에 쥔 3천만 원으론 못 꿀 꿈이라, 지하방에서 벗어나고 한동안 이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어디냐 싶어 입주하기로 결정했단다. 마침 SH공사 홈페이지에서 빈 집을 발견해 신청했는데 운 좋게 당첨되었다. 언니와 반씩 내서 3천만 원이 조금 넘는 보증금을 마련했으며 현재 전세로 살고 있다. 임대아파트는 보증금에 따라 전세로도 살 수 있고, 보증금을 많이 내면 그만큼 월세도 깎인다.
ㅂ이 사는 아파트는 10평. 매달 4만 원 정도 내는 관리비에 가스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더 얹어도 월세를 내지 않으니 나갈 돈이 한결 줄어들었다고. 게다가 햇살도 잘 들이치니 그런 대로 지금 집에 만족하는 편. 서울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수십 번 이사한 경험이 있는 ㅂ은 집값 흐름도 꽤 잘 아는데, 당시 3천만 원으론 햇볕 잘 드는 사글셋방도 구하기 어려웠노라고. 그러나 언니가 결혼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직장을 옮기면 월세로 돌려야 해서 조금 걱정스럽단다. 그렇게 보면 아무리 임대아파트가 싸더라도 월세 내면서 사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살기 ‘퍽퍽한’ 곳일 수도 있겠다고.
자기가 살아야 할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몰래 임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 때문인지 반년마다 누가 사는지 조사를 하고, 2년마다 재계약하는 것은 살면서 불편한 점이란다. 특히 재계약 과정이 그런데, 절차도 까다롭고 무엇보다 제출할 서류가 너무 많다는 것.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이 그 많은 서류를 관리사무소 일정에 맞추어 떼어다 주어야 하니 원.
마당 있는 집에서 땅을 밟으며 살고 싶으면서도 하늘에 더 가까운 고층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니 ㅂ에게 지금 집은 최선의 선택일 뿐, 최고의 선택은 아닌 듯.
여미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2007년12월26일 16: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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