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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모니터링 리포트 02호(10월호) 특집

Again 1988, 국가 총동원령의 부활



(2) 문화올림픽, 그 허구성에 관하여



지난 7월 27일, 평창동계올림픽 G-200을 맞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평창 문화올림픽 기자설명회가 있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평창 문화올림픽을 상징하는 엠블럼과 ‘평창 문화를 더하다+’라는 슬로건을 공개하고, 평창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으로 진행되기 위한 계획과 일정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노태강 문화부 제2차관은 문화올림픽의 취지를 설명하며 “올림픽은 스포츠뿐 아니라 문화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한 나라의 총체적인 역량을 보여 주는 것”이고, 이를 위해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인들과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평창엠블럼.JPG

평창 문화올림픽 엠블럼



문화올림픽기자설명회.jpg

평창 문화올림픽 기자설명회 (사진출처 : YTN)



문화부가 생각하는 문화올림픽 계획방안은 기존 문화예술 행사와 새롭게 기획된 예술행사/전시회 등을 평창동계올림픽과 결합하여 전국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평창 문화올림픽’이라는 이름아래 모아내겠다는 것이다. 그 규모와 양은 문화판 국가총동원력이라고 불릴만큼 엄청나다. 이미 5월부터 안산거리극축제, 춘천마임축제,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발 등 대표적인 국내 축제를 ‘평창올림픽과 함께하는 문화예술축제 14선’으로 선정했고, 강원지역에서는 강릉 재즈프레소 페스티발, 평창대관령음악제와 같은 대규모 축제가 진행되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공연, 전시, 이벤트, 축제 등을 전국에서 각지에서 열며, 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화가 주요한 키워드로 부각되고,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방식이 적절한가를 따져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철저히 문화를 도구적으로 이용한 이전 정부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기시감을 느끼는 것이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문화올림픽?


그렇다면, 과면 문화올림픽은 무엇일까? 문화부가 제시하는 설명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전부터 종료 시까지 올림픽 행사의 일부로 전개하는 문화프로그램으로, 올림픽 가치를 통해 개최국 및 세계 사람들이 참여하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축제 교육 활동을 통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설명만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은 굳이 ‘문화올림픽’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면서 떠들어댈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각종 세계선수권대회 등 수많은 메가스포츠이벤트를 진행해오면서 문화행사를 메가스포츠이벤트의 홍보수단으로 꾸준히 이용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행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한 평창동계올림픽을 굳이 문화올림픽이라고 부를만한 철학이나 논리가 전혀 없다. 보도자료를 보면 문화올림픽은 기대한 내용보다는 너무나 단순하고 뻔한 내용들로 설명되고 있다. 


그래서 이전에는 ‘문화올림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 결과 놀랍게도 1983년에 ‘문화올림픽계획’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작성된 이 문서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대회기간 전으로 해서 공연, 전시, 국제행사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대규모 페스티발 중심의 사업계획과 막대한 정부예산을 투입한다는 점, 대회 전이라는 특정기간에 전국적으로 일제히 진행된다는 점에서 평창 문화올림픽이 보여주는 행보와 너무나도 유사했다. 



문화올림픽계획표지.jpg

1983년에 만들어진 문화올림픽계획 표지



이 문서에서 보여주는 문화올림픽에 대한 개념도 현대인의 감성에 맞지 않는 ‘대약진’, ‘민족문화사’ 등과 같은 용어를 감안해서 본다면, 내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세계문화와 인류의 복지’라는 것도 지금의 올림픽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고, 우리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집결시켜 해외에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목표적인 측면에서도 유사하다.

   


1983년 문화올림픽계획

2018 평창 문화올림픽

문화올림픽 개념(이념)

민족사적 대약진의 체험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주체적 민족문화사의 형성에 금자탑을 세무며 세계문화와 인류의 복지향상에 기여하는 우리 문화민족의 의지와 업적을 세계 속에…

올림픽 기간 전부터 종료 시까지 올림픽 행사의 일부로 전개하는 문화프로그램으로, 올림픽 가치를 통해 개최국 및 세계 사람들이 참여하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축제 교육 활동을 통칭

문화올림픽 목표

- 민족문화의 중흥계기 마련(대내적)

- 한국 민족문화의 독자성과 우수성 부각(대외적)

- 올림픽은 스포츠뿐 아니라 문화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한 나라의 총체적인 역량을 보여 주는 것

-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인들과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올림픽



문제는 문화올림픽계획이 만들어진 시기가 30년 이상이나 전인 1983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2018년 현재 문화부가 설명하는 문화올림픽과 개념적으로나 형식적으로도 전혀 나아진 점이 없이 비슷하다는 점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차라리 산업화를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1970~80년대의 시대적 여건을 고려하면, 민족적 자긍심과 대외적으로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오히려 지금보다는 더 설득력은 있다. 


결국, 문화부가 말하는 문화올림픽은 1980년대에 만들어진 계획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2018년판 문화올림픽에 대한 설명은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례로 문화행사를 많이 연다고 해서 그것이 어떻게 올림픽의 가치가 실현되고 확장되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보다 먼저 그들이 추구하는 올림픽의 가치라는 것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준비과정에서 발생한 난개발, 환경파괴, 비리와 특혜, 지방재정 약화 등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올림픽은 반생태적, 반환경적, 반인본주의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한 과정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도 하지 않은 채 문화행사를 많이 한다고 올림픽의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문화적 가치를 지키는 올림픽이 되어야


문화는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가치나 삶을 살아가는 철학으로서 존재할 때 본래의 힘을 발휘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올림픽은 문화행사를 많이 치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나 철학을 올림픽의 준비과정이나 운영과정에서 녹여낼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나 정치적 가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어야 하며,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주의, 자유, 평등, 평화 등의 원리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에 반해 현실에서 작동되고 있는 올림픽은 문화적인 것과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문화예술행사에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을 넣는다고 해서 문화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문화를 철저히 도구화 하고 올림픽의 어두운 면을 덮고 희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문화예술행사를 이용하는 올림픽은 너무나도 반문화적이다. 


이미 올림픽과 같은 메가스포츠이벤트는 토건자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다. 그 결과 500년이 넘은 원시림은 스키장 건설을 위해 철저히 파괴되었고, 투기와 난개발로 인해 올림픽 경기장 인근 지역 생태계는 파괴되어 버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대규모 개발보다는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올림픽,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공생하는 길을 찾는 올림픽, 대규모 이벤트보다는 지역의 주민들과 세계인들이 일상적 공간에서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올림픽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문화올림픽이다. 이런 문화적 가치를 지키고 담아내고자 할 때 비로소 ‘문화올림픽’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자격이 있다.



박선영 /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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